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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자대학교 도서관] 『데미안』 출간 100주년 기념전시, 헤르만 헤세의 대표 소설을 소개합니다!

EwhaLibrary 2019. 6. 7.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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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도서관은 520()부터 30()까지 일주일간 데미안출간 100주년을 맞아 《헤르만 헤세展》개최했습니다전시를 통해 헤세가 소설을 비롯하여 시, 에세이, 여행기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많이 남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요, 우리 도서관의 대출이력을 살펴보면 대부분 헤세의 '소설'들이 큰 인기가 있었답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데미안』을 비롯하여 그의 주요 소설들에 대해 살펴보고, 간단한 줄거리를 함께 소개합니다.

 

데미안은 19179월과 10월 두 달 사이에 베른에서 격렬하게 쓰인 변혁과 변화와 새 출발의 시기에 가장 중요하고 결정적인 헤세의 작품으로 그의 소설 가운데 융 심리학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작품이라고 일컬어집니다융은 정신의학자이자 심리학자로 사람의 궁극적인 목표가 선악이나 사회적 명성과 관계없이 내가 나 자신이 되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처음 발표될 당시의 제목 데미안 어느 젊은 시절의 이야기. 에밀 싱클레어 작에서도 분명히 드러나는 것처럼 헤세의 소설 데미안은 처음 에밀 싱클레어라는 가명으로 발표되었는데작가 자신의 설명에 의하면 늙은 아저씨의 알려진 이름으로 젊은이들을 놀라게 하지 않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1. 『데미안』 의 계약서 / 2. 『데미안』 광고 지면 / 3. 『데미안』 초판본 표지

 

1차 세계대전 직후인 1919년 출판된 데미안은 에밀 싱클레어라는 젊은이의 자기발견 과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싱클레어는 학급 친구인 막스 데미안과 그의 어머니 에바 부인별난 음악가 피스토리우스의 도움을 받으며 자기 자신을 찾게 됩니다. 싱클레어라는 이름은 독일의 서정시인 휠덜린의 친구 이름이기도 하며, 친구의 대명사처럼 사용됩니다.

 

데미안이라는 소설 제목은 헤세의 꿈에서 떠오른 것입니다이는 그리스어 daimon에서 유래한 말인데, 신에 가까운 존재 혹은 신과 인간과의 중간적 존재를 의미합니다소크라테스는 판단이 쉽지 않은 양심적인 문제와 마주쳤을 때면 늘 자신의 다이몬에게 의지했습니다.

 

막스 데미안 또한 싱클레어의 다이몬으로, 결국 주인공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입니다. 싱클레어는 평온하고 안정된 기독교 집안에서 벗어나 어둡고 은밀한 악의 세계로 빠져듭니다세상에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양립하듯, 자신에게도 선과 악이 공존한다는 것을 깨닫는 과정에서 내면적인 성장을 하게 됩니다.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자란 에밀 싱클레어는 어두운 면을 발견하고는 내적 분열을 겪습니다. 불량배인 크로머는 싱클레어와 대조되는 인물로 악마적 세계를 대표합니다. 그는 싱클레어를 협박하며 악의 구렁텅이로 이끕니다데미안은 집중과 명상으로 훈련된 강한 정신력으로 크로머를 위압했고싱클레어는 크로머의 덫에서 벗어납니다.

 

싱클레어는 유년시절에 이어 청소년기에 또 한 차례 나쁜 길로 빠져듭니다한동안 그는 질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며 뒷골목의 타락한 세계에 발을 들입니다. 그러나 데미안의 편지로 깨달음을 얻고, 곧 제자리를 찾습니다데미안은 싱클레어가 선과 악의 세계에 빠져 혼란을 겪고 있음을 알고 성서 속의 이야기를 재해석해 들려줍니다. 선과 악을 포괄하는 신인 아브락사스 이야기를 들은 싱클레어는 정신적 안정을 되찾습니다. 데미안은 이렇게 선과 악의 공존에 대해 말합니다

새는 알에서 빠져나오려 몸부림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누구든 세계를 부숴야 한다.”

대학생이 된 싱클레어는 일반 철학수업에는 큰 흥미를 갖지 못했으나 니체에 빠져들었습니다. 내 책상 위에는 니체가 몇 권 놓여 있었다. 나는 니체와 함께 살았다그의 영혼의 고독을 느꼈다. 그를 거침없이 몰아간 운명의 냄새를 맡았다. 그와 함께 괴로워했다그토록 가차없이 자신의 길을 갔던 사람이 존재했다는 것이 행복했다.”

 

싱클레어는 데미안과 에바 부인이 중심이 된 공동체 모임에 참석했는데당시에는 이 같은 모임이 많았습니다. 데미안은 세상은 지금 크게 요동치고 있으며곧 대단한 변화가 올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차분하게 운명을 받아들일 준비를 합니다그 사이 전쟁이 발발하고, 소설의 결말 부분에서 싱클레어와 데미안은 전쟁이 참전합니다그러나 이들이 참전한 이유는 조국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싱클레어는 전선에서 수류탄을 맞고 야전병원으로 옮겨지고, 옆 침대에서 죽어가는 데미안을 발견합니다. 데미안은 싱클레어에게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합니다너 자신 안으로 귀를 기울여야 해. 그러면 알아차릴 거야. 내가 네 안에 있다는 것을.”

다음 날 데미안은 보이지 않았고 싱클레어는 그와 완전히 닮아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이제 싱클레어는 삶을 스스로 이끌어가야 합니다중요한 문제와 맞닥뜨렸을 때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를 전적으로 신뢰해야 합니다싱클레어는 알의 껍데기에서 빠져나왔고, 이는 곧 변화를 뜻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은유적 언어를 통해 자아를 발견하고 해석하고자 했습니다. 나 자신이 되고자 노력하면 과연 달성할 수 있을까요?

인간에게 진정한 소명은 단 하나뿐이다. 자기자신에게 다가가는 것... 우연에 맡기는 게 아니라 운명을 스스로 발견하는 것, 그리고 어떠한 고난 앞에서도 절대 굴하지 않고, 이를 자기 안에서 실현하는 것.”

 

헤세는 이렇게 말합니다.

누구든...언젠가는 아버지에게서, 스승들에게서 벗어나야 한다. 혼자서 첫걸음을 내딛어야 한다대부분의 사람은 이를 견디지 못하고, 곧바로 숨을 곳을 찾는다그러나 누구든 고독의 혹독함을 어느 정도는 이겨야 한다.”

 

이 책에는 헤세의 유년시절 흔적이나 청춘에 대한 고뇌와 갈등, 문학과 예술에 대한 동경이 담겨 있습니다. 또한 당시 헤세가 직면한 독일 시민사회의 현실에 대한 거부감과 항변이 복합적인 관계로 나타나는데요, 헤세가 스스로 나는 성공했다.”라고 표현할 만큼 만족해했던 이 작품은 당대 유명한 문예지 Neue Rundschau에 호평을 받은 헤세가 쓴 최초의 소설입니다. 이 책을 계기로 헤세는 26살의 나이에 인기작가로 등장하게 됩니다.

 

 

페터 카멘친트는 마을 사람들이 카멘친트라는 같은 성을 공유하는 산골에서 태어났습니다그는 자연을 벗삼아 어린시절을 보내며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우는데, 페터는 열 살 때 처음 본 산 너머의 풍경을 동경해 고등 교육과 도시에서의 성공을 갈망합니다진학하기 위해 마을을 떠난 페터는 학교에서 처음으로 문학을 접하고 자연을 시로 표현하는 시인이 되겠다는 희망을 갖습니다. 그러나 어머니와 절친한 친구 리하르트의 죽음, 실연의 아픔 탓에 페터는 한동안 술과 방랑으로 점철된 생활을 보냅니다.

 

우울증이 깊어진 페터는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만고요하고 엄숙했던 어머니의 임종 순간을 떠올리면서 자살 충동을 극복하고 삶의 의지를 되찾습니다이후 페터는 이탈리아 여행을 통해 성자 프란체스코의 발자취를 더듬고 그 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소박하면서도 자유로운 생활방식에 깊은 인상을 받습니다. 그는 도시 생활과 현대 문명에 염증을 느끼면서 자연을 언어로 표현하고자 하는 시인으로서의 소명을 되새깁니다. 페터는 늙은 아버지를 돌보며 마을의 술집을 인수해 정착할 계획을 세우고, 동시에 자연뿐 아니라 인간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진정한 시인으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것을 결심합니다.

 

이 작품은 헤세가 29세에 출간한 자전적 소설입니다. 천부적인 재능과 풍부한 감성을 지닌 주인공 한스는 자신을 억누르는 가정과 학교의 종교적 전통, 고루하고 위선적인 권위에 맞서 싸우며 현실 속 젊은이들의 고뇌와 방황을 보여줍니다. 한스가 강압적이고 규격화된 사회 속에서 점점 그 빛을 잃고 삶의 수레바퀴 아래서 파멸하는 과정이 묘사되어 있으며당시 세기 전환기를 맞은 독일을 배경으로 교육제도의 피해와 모순도 비하고 있습니다이 작품으로 헤세는 신진작가로서의 위치를 굳히게 됩니다. 

 

 

한스 기벤라트는 총명하고 기품 있는 소년으로 가족과 마을 사람들의 큰 기대와 격려를 받으며 신학교에 입학합니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열심히 공부만 하면 평범한 이들보다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틀에 갇혀 있습니다. 한스는 모두의 바람대로 신학교 입학 후에도 열심히 공부에 매진하지만 끊이지 않는 압박을 겪으며 조금씩 무너집니다.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헤르만 하일너와 가까워지면서 변하기 시작한 한스는 급기야 신경쇠약에 걸려 학교에서 쫓겨나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집으로 돌아온 한스는 에마라는 여성을 사랑하게 되기도 하지만 그녀에게 희롱당한 채로 버림받습니다한스는 아버지의 권유로 기계공장에 취직해 기계공 수련을 받지만 그는 더욱 방황하고 죽음에 대한 생각만이 강해질 뿐이었습니다. 어느 일요일 한스는 술에 취해 강물에 휩쓸려 들어가고 다음 날 물속에서 차가운 시체로 발견됩니다.

 

헤세는 피아니스트인 아내 마리아의 영향을 받아 자연스럽게 음악과 함께하는 삶에 녹아 들었습니다. 이전 작품들의 성공으로 한창 명성을 드높이던 시기였으나, 대도시의 삶을 선택하는 대신 한적한 시골 마을 가이엔호펜에 농가를 빌려 전원생활을 시작합니다. 그는 시인, 화가, 음악가 등과 교류하면서 자연과 음악, 예술이 어우러지는 낭만적인 분위기 가운데 세 번째 장편 소설 게르트루트를 씁니다. 게르트루트는 헤세의 소설 중에서도 가장 소설다운 구성을 갖춘 작품이라고 평가받고, 동시에 행복에 대한 의미 탐구, 삶에 대한 치열한 묘사와 고뇌가 담겨있다는 점에서 헤세 자신을 묘사한 자전적인 소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 쿤은 학생 시절 여자 친구의 성화에 못 이겨 위험한 썰매타기를 감행하다 불구의 몸이 됩니다그 후 작곡가로서의 삶을 살아가다가 궁정 오페라 가수인 무오트와 알게 되고 두 사람은 친구가 되는데, 쿤은 무오트의 소개로 오페라하우스의 바이올리니스트로 입단하고, 둉료 타이저가 소개한 실내악의 밤에 초대되어 그 곳에서 게르트루트를 만나 사랑에 빠집니다오페라 곡 연습을 계기로 무오트와 게르트루트가 만나게 되고, 이후 게르트루트와 무오트가 사귄다는 걸 알게 된 쿤은 둘의 결합이 행복하지 않을 것임을 예감하지만 둘을 위해 자신의 마음을 접습니다.

 

갈등과 긴장에도 불구하고 오페라는 성공적으로 공연되고 쿤은 성공의 여운을 한동안 만끽하며 보내는데, 무오트와 게르트루트의 행복한 결혼생활은 오래 가지 않았고 이내 두 사람은 별거하게 됩니다게르트루트를 애타게 찾던 무오트는 게르트루트가 자신에게로 돌아오지 않자 쿤에게 편지를 보내고, 쿤과 무오트는 게르트루트의 초상화를 옆에 두고 술을 마십니다술을 마시고 단잠을 자던 쿤은 다음날 새벽 자살한 무오트가 침대에 엎어져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크눌프』는 『데미안』이 발표되기 이전 헤세의 작품 중 가장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책입니다. 주인공 크눌프는 헤세가 쓴 다른 작품 속 인물들, 『황야의 늑대』의 하리 할러나 『싯다르타』의 싯다르타처럼 시민사회의 안온함을 떨쳐버리고 삶의 해답을 찾으려 정착을 거부한 유쾌한 방랑자입니다. 재능있고 전도유망한 청년이었지만 모든 '유용'함을 거부하고 방랑한 크눌프라는 주인공은 자유에 대한 동경을 마음 한구석에 간직하고 있는 독자들에게 강력한 인상을 주어 왔습니다. 또한 크눌프는 신학교에서의 자퇴를 시작으로 평생 정착과 안주를 거부하며 예술과 구도의 방랑을 멈추지 않았던 헤세 자신의 분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소설은 주인공인 방랑자 크눌프의 삶에 대한 세 가지 짧은 일화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첫 이야기 <초봄>에서, 건강이 쇠약해진 크눌프는 옛 친구의 집에서 휴식하게 됩니다. 친구는 크눌프에게 건실한 가정을 꾸며야 했다며 충고를 늘어놓지만 친구의 아내는 은밀히 크눌프를 유혹합니다크눌프는 도시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고향을 그리워하는 옆집 하녀 바바라를 알게 되고그녀와 나들이를 하며 추억을 남깁니. 귀가한 크눌프는 친구 부부와 소풍을 가기로 약속했지만 다음날 아침 친구의 집을 떠나야겠다고 결심합니다.

 

두 번째 이야기 <크눌프에 대한 나의 추억>은 어느 방랑자가 1인칭 시점으로 묘사한 크눌프와의 추억 이야기입니다. 크눌프의 밝고 여유있는 모습은 인생의 어두운 면에 대한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며, 크눌프의 방랑 생활은 타인에게 배신당한 아픔에서 출발한 것인데요, 남의 집에 입양된 자기 아들조차 가까이서 볼 수 없는 슬픔을 간직한 크눌프는  사람이란 결국 혼자서 자신의 짐을 지고 가는 존재라고 말합니다. 유쾌하고 자유로운 하루를 보내지만 크눌프는 다음 날 말없이 그를 떠나 버리는데, 그는 크눌프가 자신을 떠난 이유가 자신이 전날 밤 과도하게 자축하며 술을 마신 데 대한 역겨움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 이야기 <종말>에서, 병이 악화된 크눌프는 학생 시절 친구였던 의사 마홀트와 만납니다마홀트는 크눌프를 가까운 도시의 병원에 입원시키려 하지만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예감한 크눌프는 자신의 고향에 있는 병원으로 보내 달라고 합니다. 그는 고향에 도착하지만 병원에는 가지 않고 추억을 간직한 장소들과 친구들을 찾아 나섭니다. 추억을 나누던 중 석공이 된 한 친구가 방랑으로 삶을 허비했다며 크눌프를 책망하자 그는 숲으로 가서 신에게 자신의 존재 의미가 무엇인지 묻습니다신은 사람들에게 자유에 대한 동경을 일깨워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답하고, 신이 계시한 자신의 삶의 의미에 대해 동감한 크눌프는 평화롭게 눈을 감습니다.

 

싯다르타불교의 교리와 인도의 성담(聖譚, 성자의 생애나 기적에 관한 이야기)을 소재로 하여 인도의 시()’라는 부제가 붙은 소설입니다. 헤세는 초기의 몽상적 경향을 탈피하고 소설의 무대를 동양으로 옮겨 내면의 길을 탐색하기 시작합니다그는 이 작품에서 정형화된 종교의 교의와 영혼의 내적 고취 사이의 갈등을 노련하게 탐구했고, 철학이나 종교 등에 맹목적으로 의지하여 의미 있는 자아를 성취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도전하였습니다. 헤세는 강물의 강력한 상징을 통해 인간은 순간 순간의 현실을 새롭고, 살아있고, 언제나 바뀌는 그 무엇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였습니다.

 

주인공 싯다르타는 인도의 고위 성직자 계급인 브라만의 아들로서 명예를 누리며 살고 있었습니다그러나 나이를 먹으면서 아버지나 스승들로부터의 배움에 부족함을 느끼고 어린 시절 친구인 고빈다와 함께 방랑하는 고행자 무리인 사마나들을 따라갑니다. 사마나들 틈에서 수행하던 싯다르타는 여전히 채워지지 않는게 있음을 느끼고, 열반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고타마에 관한 소문을 듣고 그를 찾아갑니다. 고타마의 가르침에 깊이 감명 받은 고빈다는 고타마의 제자가 되기를 자청하지만 싯다르타는 고타마의 가르침만으로 자신이 해탈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고빈다와 작별합니다.

 

이후 싯다르타는 인생의 가장 밑바닥에서부터 자아를 알아 가기로 결심하고 방탕한 생활을 시작하는데, 연인 카마라와 뜨거운 사랑을 경험하고, 상인 카마스바미와 함께 살며 돈 버는 방법을 배웁니다. 그러나 몇 년 후 싯다르타는 이런 삶에 오직 혐오감만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고 속세의 생활에서 도망쳐 자살을 결심합니다. 자살하기 직전 그는 사공 바수데바를 만나는데 그처럼 단순한 삶을 살아도

부처의 깨달음에 도달할 수 있음을 알게 됩니다.

 

노인이 된 싯다르타는 옛 연인 카마라가 죽자 카마라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을 맡아 키웁니다부잣집에서 자란 아들은 싯다르타가 소박하게 모아온 돈을 들고 달아나지만 이미 깨달음을 얻은 싯다르타는 잘 견디어 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싯다르타는 불법을 전하기 위해 떠돌아다니던 중 우연히 고빈다와 재회하고 자신이 깨달은 것에 대해 말합니다. 그러자 고빈다는 완성자가 된 옛 친구 싯다르타에게 존경의 뜻을 표합니다.

 

헤세는 두 번째 부인과의 별거, 세 아이의 양육 문제 등으로 불안정한 생활을 하면서 이 책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 작품은 정신 분열, 마약, 동성애 등의 소재를 다루고 있으며국내에서는 황야의 이리혹은 황야의 늑대라고 번역되어 출판되었습니다이 책은 1960년대 말 미국 히피들의 성서로 불릴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는데, 기만적인 전쟁과 쇠퇴한 문명, 권위적인 기성 질서에 반기를 든 것이 큰 호응을 얻은 것입니다이 책은 두 번째 부인 루트 뱅거와의 결혼과 이혼 사이에서 겪었던 그의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자전적인 소설이기도 합니다.

 

하리 할러는 자신이 바르다고 생각하는 이상적인 삶에 선을 그어놓고 절대로 그 선을 넘지 않는 사람입니다또한 자신에게 경제적 이익과 즐거움을 주는 일을 추악함과 나약함으로 생각하며, 자신을 억누르고 살아갑니다. 이런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과 비난, 자신의 주관과 정체성에서 벗어난 현실 사이에서 할러는 녹초가 됩니다. 그러던 중 술집에서 만난 헤르미네라는 여성을 통해 자기 안에 숨겨진 모습을 발견하고 직시하며, 점점 인간다워지기 시작합니다. 할러는 헤르미네가 소개한 파블로란 악사와 마리아란 직업여성을 통해 에로스와 이성적인 것이 아닌 어떤 것으로서의 광기를 마술극장이라는 환상의 무대를 통해 체험합니다. 그는 선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선을 긋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을 깨닫고, 자신안의 숨겨진 모습 , 이리를 부정하지 않고 인정하며 마주서며 모든 혼란을 이겨냅니다.

 

헤세가 말년에 발표한 이 소설은 데미안과 함께 헤세의 명성을 대중적으로 널리 알리는 데 큰 공헌을 했습니다. 이 작품에는 헤세 자신의 삶의 체험이 강하게 투영되어 있을 뿐 아니라, 젊은 시절 그의 영혼을 뒤흔들던 추억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데요, 상반된 성격의 두 주인공들은 각자의 고유한 방식을 통해 완전성을 추구합니다나르치스가 정신적, 종교적인 방식을 통해 완전한 삶과 인식에 도달하고자 한다면방랑자이자 자유로운 예술가인 골트문트는 예술을 통해 이에 다다르고자 합니다헤세는 삶과 죽음, 정신과 본능 등에 대한 이원론적 사상을 상징적으로 대변하는 두 인물을 통해 인간의 자기실현과 궁극적인 구도의 과정을 심도 있게 탐구했습니다.

 

지성을 대표하는 수도사 나르치스는 지성으로서 삶의 진리에 다가가려 합니다. 그 수도원에 어느 날 골드문트라는 감성이 남다른 학생이 들어오고, 지성과 감성이라는 기질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친구가 됩니다. 골드문트는 나르치스를 통해 어머니의 영향력이 자신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며자신의 기질과 가능성을 깨닫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수도원을 떠납니다.

 

골드문트는 수도원에 있을 때에는 죄악시하던 여자들과의 육체적인 사랑을 통해 자유분방한 자신의 참모습을 발견하고 스스로를 억압했던 윤리 도덕에서 벗어납니다. 또한 흑사병의 창궐로 지옥같은 세상의 풍경, 두 번의 살인, 유대인 학살 등을 목격하며 삶의 희노애락을 깊이 있게 받아들입니다어느 날 골드문트는 우연히 한 조각상을 보고 예술의 깊이 있는 표현력에 감명 받아 장인 조각가 니클라우스를 찾아가는데, 어렵게 그의 밑에서 작품을 맡게 된 골드문트는 자신의 모든 경험을 응축시킨 걸작을 만들고 니클라우스로부터 후계자가 될 것을 제안받습니다. 그러나 직업으로서의 예술에 관심이 없는 골드문트는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다시 방랑의 길로 접어듭니다.

 

방랑생활을 계속하던 골드문트는 총독의 애첩 아그네스와 간통을 저지르다 발각되어 사형을 선고받지만수도원장이 된 나르치스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집니다. 나르치스는 골드문트를 수도원으로 데려오고 골드문트는 어머니와 그가 사랑했던 모든 여인들의 이미지를 집약한 마리아 상을 제작합니다마리아 상을 통해 나르치스는 골드문트의 방랑과 편력이 그의 삶과 행복하게 일치했다는 것을 깨닫고, 늙어서 기력이 떨어진 골드문트는 삶에 대한 아무런 회한도 없이 친구 나르치스가 지켜보는 가운데 최후의 시간을 맞이합니다.

 

1933년 히틀러가 정권을 장악하고 전쟁을 일으키고 있을 때, 헤세는 몬타뇰라에서 유리알 유희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 작품은 세속적인 물질 문명과 정신의 나라 카스탈리엔을 언급하며 유토피아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헤세는 어느 시대에나 존재하는 인류 영혼의 커다란 꿈을 기리고, 우리가 상실한 인문 정신을 회복하려 하였는데요, 헤세의 전 생애에 걸친 걸작이라 할 수 있는 이 작품은 동양과 서구 사상의 조화 가운데 이루어졌다는 데에 더 큰 의의를 둘 수 있습니다.

 

미래의 어느 시기, 한 전기 작가가 200년 전에 살았던 전설적인 유리알 유희 명인 요제프 크네히트의 자료를 모아 그의 일대기를 쓰기 시작합니다. 20세기 중반 뛰어난 학생이던 크네히트는 카스탈리엔 음악 명인의 눈에 띄어 영재 학교에 추천을 받습니다명인과 영적인 교류를 하며 성장하던 크네히트는 청강생 데시뇨리와 신부 야코부스를 만나 영혼의 갈등을 겪는데, 데시뇨리는 크네히트가 바깥세상에 관심을 갖게 만들고야코부스 신부는 정신적인 세계에서 현실적인 사실에 눈을 뜨게 합니다.

 

크네히트의 내면에서 일어나던 갈등에도 불구하고 교단은 그를 최고 자리인 유리알 유희 명인으로 임명합니다그는 책임감을 갖고 직무를 수행하지만 카스탈리엔이라는 정신적인 공동체 역시 언젠가는 사라져 버릴 불완전한 세계임을 깨닫고 교단에 명인 퇴임 신청을 합니다. 크네히트는 가급적 나이 어린 학생을 가르치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라 생각해 데시뇨리의 아들 티토의 가정교사가 되기로 하지만, 크네히트는 교단을 떠난 지 이틀 만에 티토와 수영을 하러 갔다가 익사하고 맙니다.

 


 

『데미안』 출간 100주년을 기념하여 진행한 헤르만 헤세展. 우리가 몰랐던 헤르만 헤세의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기사에 소개된 헤르만 헤세의 소설 외에 다른 작품들을 보고 싶다면 도서관 홈페이지의 '온라인컬렉션'을 통해 직접 확인해 보세요!

 

※ 기사 출처

Ruffing, Reiner. 명작콘서트 : 50선의 명작에서 삶의 지혜를 찾다. 이윤희 옮김. 서울: 말글빛냄, 2011.

노태한.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한국헤세학회 1(1998): 157-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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