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도서관 리모델링 후 열람실 좌석수 약 73% 감소>
학생들 "시험기간에 공부할 곳 없어요"
전공시험 전날 ㄱ(행정.10)씨는 밤샘 공부를 하기 위해 중앙도서관(중도)를 찾았다. ㄱ씨는 얼마 전 리모델링한 쾌적한 열람실에서 공부할 생각에 한껏 기대했다. 하지만 좌석발급기에 표시된 253개의 좌석 중 여석은 0석이었고 결국 ㄱ씨는 학교 근처 24시 카페에서 공부했다.
중간고사 기간 ㄴ(의류.11)씨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중도에 갔다. 오전 10시 무렵이었지만 밤새 꽉 차있던 좌석이 빠지지 않아 공부할 자리를 잡지 못했다. ㄴ 씨는 곧바로 ECC 열람실로 내려갔지만, 마찬가지로 자리가 없어 그 길로 집에 돌아갔다.
중도 자유열람실 좌석 수가 감소하면서 좌석 수 확충을 요구하는 학생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도는 학생에게 자유로운 협업공간을 만들어 주려는 취지로 올해 초 지하1층과 1층 리모델링 공사를 시행했다. 이 공사로 1층 PC실과 자유열람실 3실이 라운지로 바뀌고 지하1층 자유열람실 2실이 PC실로 변경되는 등 공간 구성이 대폭 변했다. 리모델링 결과 PC석은 91석에서 130석으로, 노트북석은 126석에서 139석으로 각각 약 43%(39석)포인트, 약 10%(13석)포인트 증가했지만 자유열람실 좌석은 936석에서 253석으로 약 73%(683석)포인트 줄었다.
학생들은 리모델링 후 줄어든 좌석 수에 불편을 토로했다. 특히 중간고사 기간에는 밤늦게까지 공부할 공간을 찾지 못한 학생들의 불만이 증가했다. 본교 포털사이트 자유게시판에는 중도 열람실 좌석 수 부족 문제에 관해 시험기간 3주 전부터 약 100개의 불만 글과 댓글이 올라왔다. 학생들은 ‘비싼 등록금을 내고 공부할 자리가 없어 쩔쩔매는 형국이다’, ‘아직 본격적인 시험기간도 아닌데 리모델링 후 오전11시에도 자리가 없다’ 등의 의견을 올렸고 ‘좌석 수를 줄인 대신 다른 공간이라도 도서관으로 고쳐야 하지 않나’, ‘시험기간에 강의실이라도 개방하든지 새로운 중도를 지어야 한다’ 등 학교 측의 대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평소 중도 열람실을 자주 이용하는 박민지(영문.10)씨는 “열람실이 예전보다 세련되게 바뀐 것은 좋지만, 시험기간에 좌석 대란이 일어날 만큼 좌석 수를 줄인 것은 아쉽다”며 “학교는 시험기간만이라도 시간제약 없이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늘리는 등의 대책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중도 측은 시험기간이 아니면 열람실 이용이 매우 저조하므로 평상시 이용률이 높은 PC실과 노트북실, 시청각실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중도 현영대 사서장은 “시험기간 중도 열람실에 자리가 없을 경우에는 2~5층 자료열람실에 마련된 약 1천500석의 좌석을 이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제는 중도 측에서 대안으로 제시한 자료열람실의 좌석이 오후9시까지만 개방된다는 점이다. 시험기간에는 학교에서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사람이 적지 않고 밤을 새우는 경우도 있는 만큼 학생들은 중도 측의 대책이 비현실적이라는 입장이다. ㄷ(국문.10)씨는 “자료열람실에서 공부하다가 오후9시에 중도나 ECC열람실로 옮기면 자리가 없다”며 “시험기간에는 학교에서 평소보다 늦은 시간까지 공부하기 때문에 일찍 퇴실해야하는 곳에 자리 잡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ㄹ(생명.10)씨는 “책을 읽는 서가와 공부하는 열람실의 분위기는 다르다”며 “시험기간에 자리가 없으면 자료열람실을 이용하라는 것은 임시방편에 불과한 것 같다”고 했다.
현재 본교에는 중도 외에도 ECC 자유열람실1, 2와 이화.신한열람실, 단과대별 열람실 10개 등 14개의 열람실에 좌석이 약 2천496석 있다. 이 중 시험기간 동안 시간제한 없이 이용 가능한 열람실은 중도 자유열람실과 ECC 자유열람실2 두 곳으로 547석이다. 이는 전체 학부생 수(1만6천83명) 대비 3.4% 수준이다. 현 사서장은 “ECC는 모든 공간이 이어진 구조라 보안 문제를 해결하기 까다롭기 때문에 시험기간 중 자유열람실2 한 곳만 24시간 개방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연세대는 전체 학부생 1만7천278명이 이용할 수 있는 열람실 좌석 수가 4천371개다. 그중 전체 학부생 수 대비 24시간 개방 열람 좌석 수는 본교의 약 2배인 약 8%(1천366석) 수준이다.
서강대는 시험기간 퇴실 제한 없이 공부할 수 있는 열람실 좌석 수가 전체 학부생수(8천400명) 대비 약 11.3%(약 950석)로 본교의 3배 수준이다. 서강대 ㅁ(경제.11)씨는 “평소 딱히 도서관에 좌석이 부족하다고 느낀 적이 없고, 학교에서 시험기간에 강의실을 열람실로 개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전체 학부생 1만6천712명이 공부할 수 있는 열람실이 총 6천553석이고 그중 약 5.9%(979석)는 시험기간에 시간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서울대는 현재 중앙도서관을 한 개 더 늘리기로 하고 건축비를 모금하고 있다. 서울대 최연준(경제.12)씨는 “도서관에서 원하는 만큼 공부할 수 있는 것이 당연하다”며 “공부할 곳이 없어 찾아다닌 경험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현 사서장은 “시험기간에 ECC 자유열람실2의 자리가 부족할 경우에는 ECC 자유열람실1과 이화신한열람실을 24시간 개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안규리 기자 ahngyuri@ewhain.net
황선영 기자 queen@ewhain.net
[출처] 안규리, 황선영(2013.05.06.). 학생들 “시험기간에 공부할 곳 없어요”. 이대학보, 1면.